무봉 김도성
2020. 5. 16. 16:56
<교훈>
- 시 : 돌샘/이길옥 -
고창 선운사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
길가에서
아주머니 대바구니에 담긴 복분자
그 색깔과 눈이 맞아
만 원을 주고 한 봉지 데려왔다.
동네 슈퍼에서
30도 잎새주 1.8L를 사다가 표본병에 붓고
복분자를 넣은 후
잘 막아 장식장에 자리 잡아주고
방심하는 며칠 사이
얼마나 뜨겁게 내통했는지
속 훤히 내보이던 잎새주가 온통
붉게 물이 들어 있다.
저것들이
생명도 없는 저것들이
서로에 스며든 아, 저것들이
누구에게도 따뜻하게 기울어보지 못한
나를 부끄럽게 한다.
저 표본병의 복분자주에 풍덩 뛰어들어
벌컥벌컥 취하게 들이마시고
나도 누군가에게 배어들고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