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궁전
김도성
5월 중순이다
이른 아침 개 짖는 소리와 아낙네들 말소리가
마을 아침을 깬다
동네 아저씨들 몇 분이 집 앞 보리밭을 손으로 가리키며
수군거리는 소리가 시장 바닥이다
간밤에 누가 보리밭을 망가트렸다고 야단이다
밥 짓다 말고 늦게 나온 우리 어머니가 묻는다
"무엇 땜 시, 그런 디아."
"아! 글쎄 어젯밤 어떤 년 놈이 보리밭 다 결단 냈대요."
"어떤 놈이 연애질 헌 겨?"
병득이 어머니가 큰소리다
사실 범인은 나다
우린 만나면 조용히 속삭일만한 장소가 없다
야심한 밤 인적이 드문 보리밭 중앙으로 숨어 들어가
밭고랑 좌우 보릿대를 마주 보게 꺾어 자빠트리면
푹신한 침대가 된다
나란히 누워 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손으로 말하고 몸으로 답하고
눈으로 확인한다
우리가 사랑을 포갤 때 옆 종달새도 알을 품는다
2020.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