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보리밭 궁전

무봉 김도성 2020. 2. 7. 21:14

 

 

 

 

 

 

    보리밭 궁전

    김도성

    5월 중순이다

    이른 아침 개 짖는 소리와 아낙네들 말소리가

    마을 아침을 깬다

    동네 아저씨들 몇 분이 집 앞 보리밭을 손으로 가리키며

    수군거리는 소리가 시장 바닥이다

    간밤에 누가 보리밭을 망가트렸다고 야단이다

    밥 짓다 말고 늦게 나온 우리 어머니가 묻는다

    "무엇 땜 시, 그런 디아."

    "! 글쎄 어젯밤 어떤 년 놈이 보리밭 다 결단 냈대요."

    "어떤 놈이 연애질 헌 겨?"

    병득이 어머니가 큰소리다

    사실 범인은 나다

    우린 만나면 조용히 속삭일만한 장소가 없다

    야심한 밤 인적이 드문 보리밭 중앙으로 숨어 들어가

    밭고랑 좌우 보릿대를 마주 보게 꺾어 자빠트리면

    푹신한 침대가 된다

    나란히 누워 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손으로 말하고 몸으로 답하고

    눈으로 확인한다

    우리가 사랑을 포갤 때 옆 종달새도 알을 품는다

    2020.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