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봉 김도성
2020. 1. 27. 19:29
나의 고향 나의 아버지 김도성 명치끝에 숨은 고향을 잊을 수가 없다 손을 뻗으면 잡히는 고향 발자국 뛰면 갈 수 있는 고향인데 고향에는 모두가 낯선 사람이 힐끔 거린다 어려 살던 집터에는 낯선 덩치 큰 집이 들고 동구 밖 돌담길도 집 앞 개가죽 나무도 떠났다 묵직하게 하늘을 받친 연암산은 옛 그대로 수덕사 말사 천장암을 품고 있다 암자 마루에 걸터앉아 건너본 천수만 갈월암 눈 비벼 바라보지만 가물가물 짐작으로 본다 6학년 1박 2일 수덕사 수학여행 쌀 두 됫박 짊어지고 넘던 30리 산길도 달라지고 아버지 연산의 고향 친구가 찾아오면 하룻밤 자고나서 해 뜨는 아침 뒷산에 올라 들녘 내려 보며 친구에게 허풍쟁이 아버지 “한쪽 눈 가리게, 보이는 게 내 땅 일세.” 밤이면 그놈의 해수 때문에 콜록콜록 그칠 줄 모르는 기침 바튼 숨소리 등잔불 간들거리고 장지문의 아버지 그림자도 고슴도치처럼 굽는다 갈비를 먹을 때면 농사꾼 합죽이 우리 아버지 생각이 더 깊어진다 고기 한 점 입에 넣고 잇몸으로 턱을 유난히 움직여 고기를 씹던 아버지 객지 떠돌기 60년 자리 잡은 수원 가보정 명품 갈비 먹을 때면 생각나는 아버지 임플란트 해 드리고 갈비를 대접하고 싶다 앞으로 수년이 지나면 고향이란 단어 국어사전 속에서 뜻을 찾을 날 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더더욱 슬프다 2020.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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