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봉 김도성 2019. 11. 30. 16:21

 

 

 

 

 

동행

 

김도성

 

11월 마지막 날 정오 햇살이 따뜻하다

앞에는 지팡이 짚고 걷는 나의 달분 씨

나는 넘어질까 뒤따라 살피며 걷는다

 

6510월 개천절 선보고 20일 후 약혼식

40일 만에 그해 651113일 결혼식

서울 을지로 을지 예식장에서 결혼했다

 

중풍으로 7년째 고생하는 저 사람이 아내

별 모양 진자주 단풍잎이 길에 깔리고

별 사탕 모양으로 머리 어깨에 진다

 

그때는 지금의 저 모습 상상도 못 했다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병사처럼

힘겹게 걸으며 거룩한 하늘을 본다

 

하루의 끝이 붉은 노을에 이글거리듯

한해의 마지막 고개에 서서 힘차게

새날을 향해 뚜벅뚜벅 길을 동행한다

 

2019.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