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봉 김도성 2019. 11. 30. 06:28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시 / 류시화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편지지 / 인터넷에서

 새소리 우는 숲에 새가 있고

산벚꽃 향내가 코끝을 스치고

파란 하늘 구름이 수면에 그려 지고

호숫가 수선화가 파문에 춤을 추는데



누구의 가슴에나 고이 간직한 그 누가 있을까

나의 평생에 한시도 떠나지 않고 가슴에 피어 있는 붉은 장미의 여인이 있다

한동안 얼굴 없는 대화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런데 언젠가 갑자기 아무도 가지 않는 초행길을 홀로 떠났다

얼굴이 그려지는데 장미는 해마다 피는데 장미가 시들어도 아름다웠는데

돌아간 발자국만 남겨놓고 다시는 못 올 길을 홀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