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편지지 소스

까치밥으로 남기 위해

무봉 김도성 2019. 11. 28. 15:21

 

 

 


까치밥으로 남기 위해

김도성

 

살을 에는 칼바람을 이기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여

속살에 고이고이 접어 두었던

여린 싹을 피워 무더운 여름

무성한 잎 속에 열매 품었지

 

태풍과 폭풍우 견디며

가지를 더더욱 튼튼하게

푸르던 열매에 살을 입히고

단단한 육질로 붉게 더 붉게

떫은맛 시간에 우려내고

 

때로는 머리채 잡힐 듯이

물 젖은 모욕감과 자존심

침 묻은 담배꽁초로 밟혀도

숨겨진 종자 대를 이어 갈

그날 위해 물컹한 홍시가 되다

 

2019.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