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까치 밥이 되기까지

무봉 김도성 2019. 11. 28. 07:33

 

 

 

까치밥이 되기까지

 

김도성

 

살을 에는 겨울을 견디고

따사한 햇살의 봄을 맞은 당신

숨겨 두었던 내면의 본색을

조금씩 세상에 내밀어

모두가 알아보는 자신을 나타내

싹트고 꽃 피워 푸른 잎 속에

작은 열매 품었지

 

비바람 폭풍에도 견디며

흔들려도 여린 가지가 더더욱 튼튼해져

폭염에도 굴하지 않고

푸르던 열매 붉게 더 붉게

파란 하늘에 내세워 드러내고

떫은맛을 시간에 우려내어

달콤한 입맛으로 익어 간다

때로는 머리채를 잡힌 듯이

자존심이 무너지고

덜 마른 옷을 입은 것처럼

무겁고 눅눅한 불쾌감

겨울바람은 고문으로 분다

 

까치밥이 되던

솔개의 떡이 되던

숨겨진 종자가 또 다른 옥토에서

대를 이어 가기를 기도하며

인내하고 견디고 있다.

 

2019.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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