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사람 나무 바람

무봉 김도성 2019. 10. 28. 18:57

 

 

 

 

사람 나무 바람

 

김도성

 

캄캄한 음지에 묻혀 양지를 꿈꾸며

두꺼운 얼음과 눈보라 속을 헤쳐

오로지

그날을 위해

돌 틈에서 기다렸지

 

따뜻한 햇살과 촉촉한 바람 속에

밤에는 달빛 속에 유성을 바라보며

숲에서

하늘을 향해

더 높이 올라섰지

 

천둥과 번개 속에 나이테를 만들며

비바람 태풍으로 가지가 부러지고

붉은 피,

벗겨진 상처

아픔으로 견뎠어

 

봄여름 가을 겨울 해와 달이 바뀌며

평사리 황금들녘 부부 소나무처럼

서릿발

가을 들녘에

쓸쓸하게 남겠지

 

손끝에 걸릴 듯 잡히지 않는 바람

얼마나 많은 날을 헛꿈으로 보내고

손금 속

복잡한 미로

허둥지둥 헤맨다

 

2019.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