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머물다 가는 것들

무봉 김도성 2019. 3. 13. 15:55

 

머물다 가는 것들

 

김도성

 

 

 

살다 보니 3.15 부정선거일과 겹친 생일

앞두고 Y작가와 식사하며 빨간 소주 두 병을 비웠다

 

꽃샘추위 바람이 화단의 파란 싹을 흔든다

파랗게 열린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아파트 옥상

물탱크 피뢰침을 잡고 놓지 않겠단다

 

엄마 치맛자락 잡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처럼

잡고 애를 써 보지만 솜사탕처럼 부서진다

바람에 밀려 머물다 어디인가 사라지는 것들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 어머니의 미소

머물다 간 그 길, 보이지 않는 그 길에

새 봄이 오고 있다

 

역사는 언제나 우리를 준엄한 심판대에 세우고

사라진 뒤에 위대함을 알게 한다

흔적 없이 길을 낸다. 하늘 끝으로

 

2019.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