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질경이 영토

무봉 김도성 2019. 1. 26. 23:56

 

 

 

    질경이 영토

     

    김도성

     

    하늘에서 군화 밑창이 내려오고

    탱크가 밀고 굴러가도 자리를 지켜

    굳세게 영토를 지켰습니다

     

    옆구리에 칼과 창()이 들어와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상처에서 피가 흘러도

    뿌리는 더 깊이 뻗어 내리고

    서로 엉겨 잡았습니다

     

    머리채가 잡히고 갈고리로 땅을 헤쳐도

    절대로 놓을 수 없는 땅

    몸뚱이가 동강 나고 으깨져도

    땅을 놓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축구공 크기의 흙덩이 달고

    땅을 놓았을 때의 아픔

    후손에게 물려줄 영토를 지키려

    호미 등 너머에 질경이 씨 몇 알

    떨어트렸습니다

     

    2019.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