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봉 김도성
2019. 1. 11. 06:48
창(窓) 김도성 유년시절 어머니 얼굴이 제일 먼저 창을 열고 내게 들어왔다 그다음 짝사랑 6학년 여자 부반장이 또 창으로 들어왔다 그 아이는 어두운 밤에도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몽당연필에 침 발라 공책에 글을 쓸 때 반 얼굴 가린 그 머리칼 안 까만 눈동자가 잊히지 않는다 유년기를 지나 소년기 사춘기 총각시절 창을 열고 들어온 여자 그 첫사랑 여인이 모두를 쫓아내고 가슴을 꽉 채웠다. 비바람이 치고 눈보라 쳐도 밤낮없이 가슴은 출렁거렸다 꿈꾸는 밤에도 배추 밭의 흰나비처럼 날개 저으며 창을 노크했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벌레가 같은 것이 온몸을 쑤시고 다녔다 아침부터 꿈꾸는 밤까지도 통째로 나를 가졌다 처음처럼 찾아오는 그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집은 점점 허물어지고 창문도 흐려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닦아도 안에서 밖을 보는 물체들의 윤곽이 희미해졌다 어머니 영정 졸업앨범의 여자 부반장 첫사랑 여인 사진이 흐렸다 창 위에 새로 창을 달아 수리를 했다 새 창덕에 운전면허 적성검사에 합격했다 면허증은 받았으나 안전운전이 걱정이다 2019.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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