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테니스 생활

내 좋아하는 일에 미처 버리고 싶다.

무봉 김도성 2018. 12. 2. 19:56

 

 

수원시 이순 수요모임 회원들

 

 

               내 좋아하는 일에 미처 버리고 싶다.

 

 

                                              무봉 김용복

 

 

어제는 온종일 비가 내렸다.

일기 예보에는 비가 온다 했는데 아침에 비가 오지 않아 6시 나가려고 창밖을 보니 비가 내렸다.

그래서 온 종일 집에서 먹고 자고 인터넷을 하면서 무료한 하루를 보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무기력증 때문일까?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잠이 왔다.

쪽잠에서 깨어나니 냉장고 뒤져 간식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 뱃살이 빠질 날이 없다.

음료수와 차를 마시니 화장실을 자주 들락 거렸다.

가끔 아내는 요구르트가 몸에 좋다고 들고 와 먹으란다.

예전에 그런 일이 없었는데 이제는 늙어가니 내가 불쌍해 보이나 보다.

하지만 나의 가슴에 아내에 대한 사랑의 강이 뜨겁게 흘렀다.

그래서 어제 저녁은 외식하기로 제안했다.

아내가 즐겨먹는 월남 쌈밥집에 갔다.

자주 먹으니 아내도 맛이 별로인가 보다.

밥값을 아내가 내겠다고 했다.

용돈을 타서 쓰는 내가 안 되었나 보다.

 

어제 저녁 늦게까지 비가 내렸다.

테니스를 할 수 있도록 땅이 말랐을까 궁금해 조금 일찍 코트에 나갔다.

비가 온 다음날은 내가 메시지를 보내야 회원들이 운동을 나온다.

새벽잠이 없는 나에게는 젊은 회원들에게 점수를 딸 수 있는 특권이라 생각해

누가 시키지 안하도 사명감처럼 즐거움으로 연락한다.

공을 못 칠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연락 주어 고맙다고 답신도 보내고

코트에 들어오며 고맙다 인사한다.

나는 큰일이라도 한 아이들처럼 즐겁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코트가 아직 마르지 않아 한 면 밖에 공을 칠 수가 없어

근거리 회원 4명에게 만 연락해 공을 쳤다.

그런데 코트 3면 중 세 번째 코트가 배수가 안 되어 말썽이다.

물이 고이므로 모래로 자꾸 메우다 보니 본바닥과 접착이 안 되어 배수가 안 되었다.

그래서 코트를 볼 때 마다 속이 상했다. 아마 5,6년은 넘었나 보다.

내가 언젠가는 꼭 코트를 손을 보아 고칠 것을 다짐했다.

 

오늘 아침 운동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나도 시간을 낼 수 있어 코트를 고치기로 했다.

그리고 내일은 수요 이순 모임에 월계수 팀 초청 친선 경기가 있어 3면의 코트가 필요했다.

나 혼자 코트에 쌓인 시루떡처럼 5센티 두께의 모래를 벗기기 시작했다.

아침 출근에 지장이 없는 한동수교장, 이강면 회원, 김효진 목사님이 지원을 했다.

한 시간정도의 작업으로 대충 정리를 했다.

그리고 내일 아침 마무리하자고 이강면 회원이 제의 했다.

한동수 교장이 수고했다고 아침밥을 사셨다. 항상 고마웠다.

 

나는 아침밥을 먹으면서 오늘 낮에 특별히 할 일도 없고 식사 마치고

코트에 나가 테니스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 점심거리로 김밥 두 줄 사가지고 갔다.

아침에 못 치운 모래를 20여 리어카 운반했다.

몸으로 때우는 노동자들이 생각났고 등짐으로 고생한 아버지가 생각났다.

힘은 들었지만 보람된 이이라 생각되어 즐거웠다.

땀으로 옷을 적시고 허리가 좀 뻐근했다. 하지만 견딜만했다.

뱃살이 빠지는 것 같은 즐거운 노동이었다.

이강면 아우님이 내일 아침에 함께 정리 하자고 했지만 한쪽에서 운동하는데

작업 하는 것이 피차 부담이 된다고 생각했기에 오늘 나는 즐거운 봉사를 하기로 작심했다.

오후 6시까지 모래흙 긁어내고 브러시하고 소금뿌리고 4번 가로 세로 로라 굴려 다졌다.

다음에 비가와도 좋은 코트가 됐으면 좋겠다고 빌어 본다.

우리 아이들이나 아내가 보면 저 양반 저리도 좋을까 빈정댔을 것 같다.

 

내가 삼일 코트에서 운동을 1976년부터 눈비 오는 날 빼고는 매일 아침 테니스를 했다.

테니스 인년으로 삼일학교에 근무했고 36년동안 운동한 나의 분신같은 코트다.

안산에 출근하는 10년 동안도 빠지지 않고 아침에 테니스 하고 출근했다.

나는 아내에게 몇 시까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하라 초읽기 식사후 출근했다.

지금 생각하니 아내에게 미안하다.

내가 노년에 건강을 유지함은 테니스 덕이라 생각하여 테니스 코트에서 죽는 영광을 누리고 싶다.

 

 

그래서 내 좋아하는 일에 미처 버리는 삶을 살고 싶다.

 

 

                    2012. 5. 15. 스승의 날 저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