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봉 김도성 2018. 8. 27. 13:40

 

 

 

 

누룽지

 

김도성

 

하얀 밥을 짓다 보면

같은 솥 안에도

희생이 있다

 

같은 신분이지만

일부는 제살이 타들어 가도록

맨 밑바닥에서

수백 도의 열을 막아야 했다

 

양반 같은 하얀 쌀밥은

노른자위처럼

가운데를 차지하고

천민은

맨 밑바닥에서

누룽지가 되도록

들 볶였다

 

쌀독 밑바닥을 긁는

소리가 나던 날

아침밥상에

보이지 않던 어머니

부뚜막에 앉아

가마솥 바닥을 긁어

누룽지로 배를 채우셨다

 

누룽지 같은 그 분

 

2018.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