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봉 김도성
2018. 8. 26. 11:21

촛농 4 김도성 오늘은 성탄절 음력으로 동짓달 스무이틀 밤 10시 동편의 달이 차갑다 생전 처음 유별한 남녀가 여관방에 들고 나니 미풍에 흔들리는 꽃잎처럼 가슴 안이 뜨거움으로 설렜다 불 꺼진 방에서 바라보는 희미한 달빛에 어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삭정이 그림자 떨리는 흥분에 부채질이다 말없는 적막의 방안 공기 거친 숨소리 이불속으로 스민다 아랫목엔 여인이 윗목엔 짐승이 된 사내가 나란히 누워 갈등으로 어두운 천정을 바라보았다 둘이는 중대한 시험을 치르고 있다 시험에는 반드시 선이 있고 때가 기다렸다 선을 넘을 때를 기다리자 아직은 선을 넘을 시간이 아니다 불자인 여인과 기독교 신자인 사내의 종교적 갈등도 넘어야 할 큰 산이었다 주머니 속 신약 성경책을 나란히 누워있는 이브자리 사이에 놓고 이 선을 넘지 않기로 손가락 걸어 약속하고 잠을 청해 보지만 가끔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문풍지 소리가 비웃는다 2018.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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