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봉 김도성
2018. 8. 24. 17:07

촛농 3 김도성 성탄절 새벽 여명을 뚫고 산길 삼십 리를 7시간 동안 설산을 헤매며 덕숭산을 넘어 12시경 수덕사 대웅전에 도착했다 아침도 점심도 굶었으나 우리 사랑의 힘은 서로를 강하게 밀착시켰다 불자인 그녀는 옷깃을 여미고 석가모니 불상 앞에 자비명상으로 108배를 올리고 기독신자인 나는 주머니 속 신약 성경을 만지며 우리의 사랑이 불륜으로 타락하지 않도록 기도를 올렸다 마침 공양시간이라 불자들 틈에 끼어 점심식사를 하고 나니 오후 2시 피곤이 밀려왔다 덕산 온천여관을 찾아 20리 길을 걷고 걸어 오후 4시경 여관에서 여장을 풀었다 한옥 여관 온돌방에는 풀을 먹인 하얀 옥양목 요와 검정 이불 두 채가 나란히 놓였고 머리맡에 두 개의 하얀 베개가 놓여 있다 방안에 들어선 우리는 묘한 감정 때문에 서서 마주 보며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창호지 겉 문과 미닫이 이중문으로 아늑했다 여관에서 운영하는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으로 피곤을 풀었다 30촉 백열전등 아래 두 다리 뻗고 마주 앉아 서로의 눈길을 놓을 줄 몰랐다 여관에서 차려주는 저녁상을 마주해 식사를 하는 기분이 싫지가 않았다 집에 연락도 없이 성탄 전야에 집을 나와 두 밤을 가출했는데 성탄 전야를 함께했던 친구들은 우리 행적에 궁금할 것이고 도적같이 찾아온 이 밤의 불장난을 어찌 2018.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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