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봉 김도성 2018. 8. 23. 15:37

 

 


    촛농 2

     

    김도성

     

    세 여인 속의 한 여인과

    발가락 신호로 足話

    하느라 날밤을 새웠지

    동트기 전 새벽

    덕산 온천으로 가자

    몰래 빠져나온 우린

    처마가 묻힐 정도로

    쌓인 눈 속을 헤치며

    수덕사 말사인 연암산

    천장암을 향해 걸었다

     

    길 없는 삼십 리 눈길

    눈으로 덮인 길을 따라

    대충 걷다가 벼랑으로

    미끄러져 뒹굴며

    푹신한 눈 속에 묻혀

    끌어안고 큰 대자로 누워

    구름 없는 코발트 하늘

    눈부신 아침

    햇살의 축복을 받으며

    대책 없는 사랑의 불꽃으로

    열기를 더했다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솔가지 부러지는 소리에

    산 꿩 놀래 날고

    산토끼 폴짝폴짝 뛰며

    하얀 발 도장을 찍는 설원

    한기를 느끼는 그녀에게

    겉옷 벗어 입히고

    - 입김을 불면

    실눈을 감으며

    호랑나비 더듬이 눈썹

    파르르 떨었다

     

    두 뼘으로 잡히는

    가냘픈 어깨에 걸친

    자주색 털 코트

    털모자로 가려진 얼굴

    격정에 찬

    까만 눈동자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2018.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