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봉 김도성 2018. 7. 8. 18:17

 

 

 

 

 

          
      옥수수


      김도성

                  
      새벽 530
      수건 하나 여자 내의 챙겨
      빗길을 달려갔다.

      병실 문밖으로 반쯤 내민
      늙은 옥수수가 웃는다.
      내가 왜 왔는지 잘 알고 있다
      둘만의 욕탕 샤워 꼭지 아래서
      벗기고 또 벗겼다

      어제 강원도 처남이 보내온
      옥수수 겉껍질과 속껍질을
      머리채를 잡고 알몸이
      나오도록 벗겼다

      수줍음 많던 새댁시절
      보이지 않으려 등 돌려 구부린 알몸  
      이젠 아이가 되어 가는지
      볼품없이 떡하니 드러낸다.

      연신 고마워요
      감사해요
      쓸 수 있는 외손으로
      내 등을 도닥인다

      PT 입히고
      PT 들고 집으로 왔다

      PT는 세탁기 속으로
      어제 벗어놓은  
      옥수수 껍질은
      분리수거 봉투 속으로


      2018.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