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삶의 무늬

무봉 김도성 2018. 6. 11. 20:28

   삶의 무늬

 

                      김도성

 

정강이가 드러나는 반바지를 입을 때면

유년의 악몽이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의

뒷면에 숨은 그림자처럼 문득 떠오른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무릎에 멍이 잡혀

걷지를 못하자 돌 파리 침쟁이가 골절됐다며

미루나무 윷가락 대고 무명으로 동여맸던 무지

 

골수염으로 깊어져 물오른 봄버들가지 껍질 벗기듯

정강이를 절개하고 망치든 목수가 끌질하듯

망치질로 깎아 낸 뼈들은 분진으로 어디에 묻혔을까

 

정원사가 썩은 나뭇가지를 잘라내듯

남은 생명을 유지하려면 다리를 절단하라는

칼 같은 의사의 갑 질에 수술대 오르던 날

 

마취직전에 화장실 핑계로 수술대를 뛰쳐나와

해질녘 난생 처음 보는 철기 따라 뛰고 달려

절단을 모면했던 탈출, 지울 수 없는 흉터

 

본바탕에 다른 빛깔의 얼룩 같은 것들

얼룩을 지우려 꽃무늬 벽지로 도배도 하고

비슷한 천을 덧대고 짜깁기를 하듯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약점 같은 흠

그것들 때문에 무리들 속에 있으면서

숲속의 외로운 나무가 된다

 

            2018.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