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봉 김도성
2018. 5. 15. 22:14
단축번호 1번 김도성 얼마 전 아내가 보건소에서 치매 검사를 했는데 극히 정상이라고 요양보호사가 말하여 안심은 되었지만 가끔 요일에 대한 감각이 둔해 엉뚱한 대답을 할 때면 가슴이 덜컹한다 낮잠을 자는데 전화벨이 울려 휴대폰 화면에 아내 달분이 이름이 떴다 아내에게 문제가 생겼나 걱정이 되어 거실에 나가 여보! 왜 전화했느냐 물으니 전화한 일이 없다며 휴대폰을 리모컨처럼 화면을 향해 남편의 단축번호 1번을 누르고 있어 계속 전화벨이 울려 아내는 어이없어 웃고 나는 기가 차서 웃었다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에 빠져 사는 아내가 생각이 단순해 지나보다 아침저녁을 챙겨 겸상하는 유일한 시간 가끔 주고받는 대화 마져 서로의 의견 차이로 티격태격 치미는 화를 한숨으로 내뱉는다 근육이 풀어져 힘이 빠지면 걷는데 지장이 있어 식사 후 아파트를 산책할 때면 나의 손을 잡고 걷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고백해 그 약속만은 지켜 사는데 행인들이 바라보는 눈길이 딱하다거나 다정하다고 하겠지 나 아니면 누가 살피랴 아내에 대한 남편의 길 나무가 푸른 날 여름을 지나 가을에 붉어져 찬바람에 떨어져 마지막 잎사귀처럼 남아 지켜 주고 싶으니 보고프면 언제든 단축번호 1번을 누르세요. 2018.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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