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봉 김도성 2018. 5. 3. 15:48

 

 

 

 

여승

 

김도성



 

성탄절 전날 밤에 이불속에 발을 묻고

부채꼴로 누워서 캐럴 송을 부르며

마음 속 한 여인에게 발로 톡톡 신호했다

그토록 좋아했던 사춘기 우리 사랑

꽃이 피는 봄날의 바람처럼 출렁이고

얄궂은 그 첫사랑은 아픔으로 떠났다

 

산사에서 우연히 마주친 탁발 여승

새하얀 고깔 아래 아, 낯익은 그 눈빛

손들어 불러보았지만 매정하게 떠났다



2018.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