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가을 사내
김도성
발신자 모르는 폰 속의 음성 “여보세요.” “네.” 낯선 여자음성 “누구신가요.” “... ...” 대답이 없다 “말씀하세요.” “... ...” “잘못 거셨나보군요.” “아! 아니요. 중학 동창 정인애에요.” “... ...” 당황한 남자 말이 없다
“기철씨 오랜만이에요.” “아하! 인애라면 과수원집 딸?” “네. 맞아요.” “정말로 오랜만이네요.” “그 매력적인 허스키 음성 가슴 설레네요.“ 남자의 가슴도 흥분으로 떨렸다 “어떻게 전화번호를” “교육청 은사 찾기 홈피에서 알았어요.” 중학시절 첫사랑 여인 인애 얼굴이 떠올랐다 “어디세요.” “부산 태종대 근처에 살아요.” 일요일 오후 파란하늘에 구름이 한가롭고 스치는 바람에 갈잎이 진다 “여기는 수원인데.”
“보고 싶어요. KT타고 오세요.“ 이순을 넘긴 사내가슴에 훈훈한 바람이 일었다. “저도 궁금하군요. 다음 주 토일 11시 부산역에서 만나요.” “네. 기다릴게요.” 파란 하늘의 가을 햇살이 눈에 부셨다 그동안 어찌 사는지 궁금했다 가을 황금들녘 코스모스 꽃길 함께 걷던 둘만의 가을 길이 그려졌다 ‘
‘40년 만의 그 모습 어찌 변했을까?’ 사내는 혼자 묻고 중얼거렸다 1주일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드디어 약속한 날 수원역에서 기차를 탔다 달리는 열차 밖 풍경 속으로 첫사랑의 추억들이 지나갔다 부산역에 도착했다
선글라스에 수박색 스카프를 두른 중년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등 뒤에서 “기철씨. 여기에요.” “... ...” 사내는 여인을 보자 실망했다 “기철씨 오랜만이에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사내도 벌레 씹은 얼굴로 손을 잡았다 80킬로 거구에 조선무 다리에 양푼만한 얼굴 사내는 실망이 컸으나 여자가 안내하는 대로 따랐다
1시간정도 여인의 자가용으로 태종대 해변을 드라이브했다 “기철씨는 옛 모습 그대로이네요.” “... ...” 사내는 말이 없다 생각 같아선 다음 기차로 떠나고 싶었다 태종대 식당에 들어갔다 식사를 하면서 여인이 살아온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생활이 어려워 지금은 보험설계사를 한다며 보험하나 들어 달라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대로 뿌리칠 수가 없었다 여객선의 기적소리마저 슬펐다 보험 카드에 사인을 하고 여인이 잡는 손을 뿌리쳐 돌아섰다.
아침에 배웅하던 아내가 생각났다 미안했다 아내가 평소 좋아했던 액세서리 목걸이 하나 샀다 예쁘게 포장도 하고 꽃도 한 다발 샀다.
2017.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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