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낫과 돌

무봉 김도성 2018. 1. 14. 21:56

 

 

 

낫과 돌

 

김도성

 

뒷짐 진 아버지 손에는

낫이 들려져 있었다

 

외양간 앞에 쭈그리고 앉아

돌에 낫을 갈던 아버지

 

여물을 삭이던 소가

머리를 흔들며 음매 울던 것이

꼴을 베어다 준 고마운 인사 같았다

 

밤이면 몽당연필에 침 발라

어머니가 장사해 번 돈

장부정리를 하던 아버지

 

평생을 낫과 돌을 벗 삼아

사신 농사꾼이었으나

무식쟁이는 아니었다


날카로운 낫으로

잡초를 베어버리듯

잘못을 꾸짖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돌대가리 아니면 낫 놓고

자도 모르는 놈이라 했을까?

 

2018.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