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붉은 동백 사랑

무봉 김도성 2017. 12. 23. 16:29

 

 

붉은 동백 사랑

 

김도성

 

한 해 연상 세 여자 속의 나

시골 초가 골방의

화이트크리스마스 이브

 

22세 총각 때

성탄전야의 밤하늘의 별들이

하나 둘 창을 열고

 

화롯불에 군밤 터지고

군고구마 까먹던 입가의

검정 칠에 깔깔거리던

 

손뼉 치며 부르는

크리스마스 캐럴송 소리에

시루 속 콩나물이 고개 들고

 

메주 속 곰팡이 꽃을 피워

퀴퀴한 냄새에 중독되는 밤

한 이불속 부챗살로 앉아

 

발가락으로 신호하고

눈으로 사랑했던 그 동백

추녀에 닿을 듯이 눈이 쌓이던

 

고요하게 잠든 새벽 몰래 도망쳐

눈 덮인 30리 산길 넘어지며

설원에 큰 대자로 사랑을 포개고

 

수덕사를 지나 50리길

덕산 온천여관의 하룻밤

붉은 동백꽃물이 터졌다.

 

2017.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