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사진 일기

2017. 12. 18. 사진 일기(새벽부터 눈이 내리다. 알미카페 문우들 상견 저녁 식사))

무봉 김도성 2017. 12. 1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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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테니스대회 호주 오픈 바브리카 우승 장면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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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7. 15. 김용복 이준찬/장대원 박승혜 테니스 경기 동영상

http://tvpot.daum.net/v/v5b08ff7BiwuOBEnjfnmijm

새벽부터 눈이 내려 아침 테니스도 못나가고 방에 콕했다.

경기도 지방 폭설예보다.

간밤에 가자가용을 옥외 주차했는데 눈으로 덮여 있다.

오늘은 가능한 운전을 하지 않으련다.

저녁에 말미네 카페 문우들과 저녁 식사하기로 약속했다.

다행이 학주 시인이 모시러 온다니 고맙다.

하루종일 집에서 지내다가 박알미님의 저녁 초대에 다녀 왔다.

식사는 김학주 시인 조유정 시인 박알미 시인과 함께 했다.

저녁은 박알미님 부담 했다.







 

2017/12/18/월 -태어나는 그 시간부터- (3519)

 

사람은 태어나는 그 시간부터 늙기 시작합니다. 꼭 그런 것이 아니지만 세 살 난 아이의 나이를 물을 때 “How old are you?”라고 하고, 그 대답은 “I am three years old”가 정답입니다.

서양은 젊음을 찬양하고 동양을 노인을 우대한다고 말이 있습니다마는 우리는 그런 식으로 나이를 묻지는 않습니다. 동양인이 과거에는 젊게 보인다는 말을 싫어한 탓인지 “젊지 않다”는 말이 칭찬이 되었습니다. 전차나 지하철의 객실마다 ‘경로석’을 마련하는 나라들은 동양에 많습니다.

서양 사람들이라고 노인들에 대한 배려가 아주 없겠습니까마는 ‘경로사상’은 우리 문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늙어가는 자기를 초조하게 지켜보는 것은 서양 사람들이었고, 늙어가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주로 동양인이었습니다.

나의 고백을 한 번 듣고 참고로 삼으세요. 장수가 축복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젊었을 때에 비해 키는 3센티 이상 줄어든데다가 어깨가 축 늘어졌습니다. 손과 팔에 힘이 빠져서 무거운 것은 들 생각도 못합니다. 다리에는 힘이 없어 먼 길은 아예 못 갑니다. 목은 시들어 추하게 주름이 많이 잡혔고 머리는 백발인데 얼굴에는 검버섯이 다닥다닥 돋아나 거울을 보기가 민망합니다.

걸으면 중심이 잘 잡히지 않아 넘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풍전초사감’ (風前草似酣)은 술을 마시지 않았어도 비틀거리는 노인의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여성이 타고나는 아름다움은 여전히 나의 삶의 기쁨이지만 괴테가 죽는 날까지 지니고 살았다는 그 ‘정열’이 내게 없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창조하신 만물 중에서 내 눈에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피조물은 여성입니다.

주님께서 늙은 이 몸을 부르실 날을 기다리면서 인간의 상식을 초월한 어떤 희열을 느끼면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도록 힘쓰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

 

김도성

 

과거로 돌아가는 창을 열어 본다

온통 하얀 벽으로 둘러진 수술실 중앙

수술대에 어린 소년이 누워 있다

촉수 높은 백열전구 초점이 수술대를 집중했다

간호사는 마스크로 입을 막고 있다

늦가을 오후 장항선 기적소리만이 멀리 사라져 갔다

 

병원 벽에 높이 달린 작은 창의 하늘이 눈이 시리도록 파랗다

소년의 썩어가는 우측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이다

마취를 위해 팔다리를 묶었다

목수들이 쓰는 끌, 망치 톱이 보였다

주사기를 든 의사가 뚜벅뚜벅 주변을 맴돌았다

새벽 오 십리를 가마에 실려 떠날 올 때

눈물 훔치던 어머니와 가족들이 떠올랐다

골목길의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가 창을 넘어 왔다

가마 밖으로 내민 손끝에 걸려든 메밀꽃 소금밭이 떠오른다

하늘에는 별들이 하나둘 창을 열고 닫았다

외다리 목발로 걷는 소년이 보였다

기차가 달리는 철길에 눕고 싶은 충동이 느껴온다

수술실 밖 아버지가 보고 싶다

지금은 걷는데 지장이 없다

골수염이 깊어지면 생명이 위험해 절단해야 한다고 했다

병신으로 평생을 살 수 있을까

아마 친구들도 멀어 질 거야

창이 내게 말했다.’

뭘 꾸물대는 거야 빨리 도망쳐.’

그래 여기를 탈출하자.’

시간이 촉박했다

마취가 시작되면 죽은 것이다

간호사님 저기요 아버지를 불러 주세요.”

왜 그러니? 나에게 말해.”

안돼요. 아버지를 불러 주세요.”

…….”

간호사를 쏘아보았다

그래, 그래 알았다.”

수술실 문을 열었다

아버지! 아들이 찾습니다.”

.”

아버지는 숨차게 놀란 들어왔다

아들아 왜 그러느냐?”

아들의 손을 잡고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아버지 걱정 많이 했지

그럼

그런데 아들아! ?”

아버지가 보고 싶었어.”

! 그래 나도 사랑한다. 아들아.”

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 우리 아들 착하네.”

아버지를 안심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수술실을 떠나야 했다

아버지 나 부탁이 있어.”

응 그래 말해.”

나 화장실 다녀와서 수술 받을게.”

아버지는 간호사를 불렀다

우리 아들이 화장실을 다녀오겠대요.”

그래 다녀와라 화장실은 복도 끝에 있어.”

간호사가 수술대에 묶었던 끈을 풀었다

 

수술대를 내려와 복도로 나왔다

복도 끝 화장실로 갔다

소변기 계단에 올라 창을 보았다

늦은 오후 해가 서쪽 창에 기울었다

아무도 없다

누군가 뒤에서 말했다

! 도망가! 도망가라고. 다리가 잘릴 형편인데 뭘 망 서려, 어서 어섯 도망가란 말이야.’

화장실 뒤 쪽문이 보였다

누군가에게 등을 미는 힘을 느꼈다

쪽문을 나와 무조건 처음 보는 철길을 따라 죽어라 달렸다

서쪽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철길을 따라 달렸다

뒤돌아보니 병원이 보이지 않았다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해는 서쪽 창으로 넘어갔다

주변이 점점 어두워졌다

철길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대책 없이 도망치고 울었다

장항선 철길의 고개 숙인 소년,

얼마를 울었을까?

아들아. 어디 있느냐.”

…….”

소년은 말없이 뒤를 돌아다보았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이제 걱정마라. 집으로 가자.”

아버지가 말했다

가마꾼들이 달려왔다

아버지. 나 수술 안 할 거야.”

아버지 가슴에 안겨 지쳐 울먹였다

오냐 사랑하는 아들아 못 배운 아비 잘못이다.”

 

가을 하늘에 저녁 창이 열리기 시작했다

별이 하나둘 얼굴을 내밀어 웃었다

철길 따라 하얀 메밀꽃도

집으로 가는 길을 밝혔다.



2017.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