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봉 김도성
2017. 10. 12. 04:23
가이리의 일생
김도성
태평양 깊고 푸른 물속을 친구들과 어울려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다가 아가미가 큰 고래 뱃속으로 잘못 들어갔으나 내장 속 세상을 구경 한 후 운이 좋게도 항문 출구를 나왔다
어둠 컴컴한 내장 속을 떠다니며 이제는 죽었다고 온몸에 진땀이 흐르도록 정신이 나갔지만 구사일생으로
거제도 앞바다 연안을 떠돌며 이제는 평안이 살겠다고 했는데 안강망 어선이 던진 그물에 걸려 죽을 번했으나 다행이도 몸이 작아 그물코를 빠져 나왔다
그런데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한 디포리 솔치 주바 고주바 형들은 그물에 걸려 어디로 갔을까?
그렇게 여러 해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나그네처럼 푸른바다를 헤엄쳐 다니다가 작은 그물코에 걸렸다
어부들의 흥겨운 훌치기 노래 속에 걸려들어 펄펄 끓는 물에 삶아져 햇볕 쨍쨍한 모래밭에서 눈알이 튀어 나오도록 바짝 마른 미라로 포장이 되었다
백화점과 재래시장에 먹을거리로 팔려갔다 아내를 간병하는 남편이 반찬을 만들려 머리 자르고 배 갈라 똥을 빼고 다듬어 전골냄비에 넣고 비린내 다라나 도록 달달 볶아 맛 간장 식용유 붓고 물엿으로 윤기 나도록 코팅을 한 후 깨소금 솔솔 뿌렸다
초등학생 도시락 통에 갇혀 맛있는 점심 반찬으로 인기가 좋아 입안에서 가루로 으깨져 건더기는 똥으로 나와 변기 속 물 따라 강 따라 바다로 흘러 고향에 묻히겠지 가이리의 일생은 우리 인간의 생로병사와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2017.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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