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봉 김도성 2017. 9. 8. 08:20

거리(離)


詩 / 백창우


-1-

너는 모를거다

때때로 내 가슴에 큰 소나기가 쏟아져

내 삶을 온통 적시는 것을

어디론가 멀리 떠나가

꿈도 없는 긴 잠 속에 며칠이고

나를 눕히고 싶다

너는 모를거다

때때로 내 가슴에 큰 바람이 몰아쳐

내 눈과 귀를 멀게 하는 것을

아무도 없는 어둠 한구석 찬 壁에 등 기대 앉아

새벽이 오도록 별을 바라보고 싶다

너는 안다

너는 내 마음 속에 나는 네 마음 속에

이토록 크게 자리잡고 있지만

때때로 우린 철처히 혼자라는 것을



-2-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너는 너를 살고
나는 나를 살아
우리의 삶이 많이 달라 보일 수도 있겠지

네가 쫓는 파랑새가
내 앞길엔 없고
내가 찾아내 이름 붙여준 아주 조그만 별이
네 하늘엔 없을 수도 있겠지
네 마음을 울리는 노래가
내겐 별볼일 없고
내 靈魂을 사로잡는 詩 한 편이
네겐 그저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도 우린 이렇게 함께 살아가지
가끔 서로의 살아 있음을 확인하며
넌 너의 이름을 갖고
난 나의 이름을 갖고
넌 너의 얼굴로
난 나의 얼굴로



-3-
그대와 내가
어느 만큼의 距離를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일은 참 좋다
사랑은 둘이서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각기 바라보는 곳에 대해 理解하는 것
그대는 그대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가더라도
우리 사랑
훼손받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은
그대가 어느 만큼의 거리를 두고
나를 사랑하는 일
내가 어느 만큼의 距離를 두고
그대를 사랑하는 일

2017. 8. 30

도담삼봉에서..


Lovers / Shigeru Umebayashi

음원출처 : 그대창가님



-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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