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비가 오면 그날이

무봉 김도성 2017. 7. 31. 08:47




 

 

 

 

 

비가 오면 그날이


무봉 김도성


새벽부터 무더웠던 날

장대 같은 소나기가 내리꽂는다

눈으로 볼 수는 없어도

소나기 속으로 젖어드는 그날의 추억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린다


칠월 장맛비 속으로 휘청 이는

두 그림자가 미루나무 가로수

한 점으로 모이는 자정의 신작로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적시는 소나기를 맞으며

샤워 꼭지 아래 엉켜 붙은 연인처럼

서로의 체온을 점령했다


가끔 섬광처럼 번쩍이는

번개 속의 얼굴

샛별처럼 빛나는 눈 속으로

통째로 빨려 들 것 같은 환상의 밤


발정 난 들개처럼

풀숲을 쏘아 다닌 광란의 밤

연암산 새벽 예불 종소리가

우리를 갈라놓았다


오늘 그 소나기가 나를

과거 속으로 유혹하는

그날의 환상에 젖는다.


2017.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