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파도 다리

무봉 김도성 2017. 2. 18. 20:23



 

 

 


        파도 다리


                      무봉 김도성


    움직이는 것에는 다리가 있을 것 같아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소음에 놀라 움직이는 홍학의 붉은 다리처럼


    모래의 껍질을 벗겨 내듯이 엷게 밀려왔다가는 파도

    무엇인가 내게 전하려는 신의 메시지

    파도 다리는 보이지 않게 도들 거린다


    빛을 잃은 아내의 눈을 바라보는

    내 안의 구석진 가슴속 어두운 그림자

    종일 머릿속 맴도는 가을 노란 은행잎의 얼굴

    요즘 며칠 몸속의 기가 모두 빠져 버려

    젖은 빨래처럼 늘어진다


    파도여 당신의 다리의 힘을

    나누어 주소서.


         2017.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