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청 매실밭의 첫사랑

무봉 김도성 2017. 1. 29. 18:04



[그땐 그랬지]1970년대 추억 속의 경춘선 열차


청 매실 밭의 첫사랑


                         무봉


입안에 침이 고이는 그 맛 그리워

씨방을 싸고 있는 초록 치마를 벗겨야


단번에 벗기려 방망이로 때려 보고

칼끝으로 져몄으나 벗지 않는 속옷


마치 수줍은 숫처녀가 아래를 가리듯

얇게 비치는 씨방 옷은 벗지 않는다


때가 되기 전에는 들어내지 않는 씨방은

푸른 젊은 날 풋밤처럼 까지지 않고

 

우린 때로 식욕 때문에 칼질을 하고

성욕을 채우려 일방적 폭력을 가한다


청 매실 껍질 부서지는 속을 바라보며

젊은 날의 첫사랑 경춘선을 생각한다.


2016. 6. 18.


-시작 노트-


여러 횟집 중에 춘희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 왔다.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횟집에서 오랜 만에 소주를 마시고 싶었다.

40중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일행이 없느냐고 반반한 얼굴에 끈적끈적한 음성으로 도출에게 물었다.

“네”하고 도출은 짧게 답했다.

시간을 보니 7시가 넘었다. 아마 도출이 첫 손님인가 보다. 식당 안방으로 안내 했다.

아주머니가 벽에 붙은 메뉴를 가리키며 무엇을 잡수실 것인지 물었다.

도출은 우선 소주 한 병과 안주로 생선회를 주문했다.

소주와 딸림 찬을 내려놓는 여인에게서 특유의 체취가 느껴졌다.

서울 말씨에 경상도 사투리가 매력 적이다.

도출은 연거푸 소주 석 잔을 자작 했다.

주방에서 요리하는 아주머니가 자주 도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문한 생선회 접시를 내려놓았다.

벌써 도출 혼자 소주 반병을 마셨다.

한기를 느끼던 몸에 취기가 돌았다.

다른 손님도 없는 주막에 아주머니가 궁금한 눈으로 도출을 바라보았다.

“아주머니 한 잔 하실래요.”하며 도출은 술잔을 내밀었다.

“손님! 저는 영업 중이라 못합니다.”

“제가 술을 따라 드리지요,”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어 술을 따랐다.

용모가 아름답고 단정했다.

9시가 넘었는데도 손님이 없었다.

도출은 지금부터 술맛이 당겼다.



시계를 바라보던 여인이 이제는 손님이 없을 것 같다며 간판 불을 껐다.

때는 이때라 싶어 여인 앞에 잔을 놓고 술을 부었다.

도출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거절 못하고 단숨에 잔을 비웠다.

그리고 여인이 도출에게 잔을 주며 술을 부었다.

가슴이 파인 옷 사이로 두 개의 백도 복숭아 가슴에 시선이 자주 갔다.

도출에게는 아직 여인을 품을 힘이 남아 있었다.

"손님! 아이" 교성으로 얼굴을 붉히며 잠시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도출은 가슴으로부터 아래로 약간의 힘이 조여 왔다.

"아주머니! 제가 여러 횟집 중에 왜 이집을 찾았는지 아시오."

여인은 조용히 웃으면서 말이 없다.

"저 춘희라는 간판 때문이요."

"아! 그래요." 횟집 여인은 밝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춘희가 어때서요."

도출은 술잔을 비웠다. 여인이 회 한 점을 집어 도출의 입에 넣어 주었다.

도출은 잔을 여인에게 주며 술을 따랐다.

여인은 무엇이 궁금한지 술잔을 들고 또 물었다.

"춘희라는 애인이 있었나요."

"아니, 아니오." 도출은 고개를 저었다.

여인의 얼굴에 잠시 어두운 수심의 그림자가 지났다.

도출은 여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몇 잔 마신 술에 얼굴이 붉어 졌는지 수줍어 붉혔는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도출을 바라보았다.

도출은 여인에게 물었다.

"춘희가 누구에요."

"제 본명인데요."

"강 춘희랍니다."

여인은 자신도 모르게 본명을 말했다.

어쩌면 도출에게 이미 마음을 주고 있는지 모른다.

처음 보는 남자에게 신분을 드러내는 여인을 도출은 이미 독심술로 점령했다.

"아! 그래요 이제부터 춘희라 불러도 되겠소."

"네, 선생님!"

여인은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는 억울함 때 문지는 모르지만 도출에게 되물었다.

"그런데 선생님 존함도 알려 주세요."

"제 이름 값이 비싼데."

여인은 술병을 들고 남은 술을 보니 잔에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며 아예 두병을 더 들고 왔다.

"지금부터 술값은 제가 계산합니다."여인이 말했다.

소주 두병에 새로 한 병을 깠으니 세병 째다.



갯바람에 여인을 마주해 좋은 안주로 술을 마시니 기분 좋게 취했다.

"이제 선생님 함자를 알려 주셔야지요."

" 저 박 도출이요."

"도출? 박 도출!" 하며 깔깔 웃었다.

아버지가 왜 도출이라 이름을 지어 주셨는지 모르지만 친구들도 많이 놀렸다.

하지만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도출도 오랜만에 큰 소리로 따라 웃었다.

여인은 너무 크게 웃어 미안해하는 눈치였다.

"박 선생님이라 불러도 될까요." 도출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춘희는 처음 보는 도출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다.

평범하게 생긴 외모이지만 지적인 이미지와 낮고 굵은 음성에서 새로운 감성을 느꼈다.

"강 춘희 씨"

"네" 여인은 놀란 듯이 대답하며 손으로 가슴을 쓸었다.

여인은 여고 때 담임선생님이 불러주고 시집 온 후로 이름 세자를 불러주는 것이 남자로는 처음이었다.

여자는 시집을 가면 이름 석 자 그대로 장사지냈다.

"봄 春 자에 계집 姬 자 지요."

"어머! 네, 맞아요."

"성은 진주 강이에요." 도출은 진주 여자임을 짐작했다.

"그럼 고향이 진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서울 말씨에 경상도 사투리 쓰고 있음을 알았다.

"봄 춘 자를 가진 여자 팔자가 사나운데."도출은 여인이 입을 열도록 유도했다.

술잔을 도출에게 내밀며 술을 따르라 했다.

단숨에 술을 마셨다.

그리고 작심이나 한 듯 말을 이었다.

"40 초반에 혼자되었어요." 다음 도출은 더 이상 말을 못하게 여인의 입을 막았다.

듣지 않아도 대충 짐작이 되었다.

그동안 여자 문제로 가슴앓이를 평생하고 살았는데 또 부질없는 사랑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


도출은 화제를 돌려 분위기를 바꾸었다.

"나의 첫사랑 이름이 누군지 아세요."

춘희는 첫사랑이라는 말에 새로운 감정에 빠져 드는 것 같았다.

"첫사랑이요. 누군데요."

여인은 두 손을 모아 비비며 한모금의 술로 목을 적셨다.

"춘선 이, 봄 春 자 착할 善."

"여러 술집 중에 춘희 간판이 제일 먼저 눈에 들었지." 도출은 말을 놓았다.

아마 첫사랑의 이름 봄 춘 자가 생각났기 때문 일지 모른다.

춘희는 도출의 첫사랑 이야기가 궁금해 옆에 붙어 앉으며 상 밑으로 두 다리를 나란히 뻗게 했다.

춘희는 도출의 왼손을 덥석 잡으며 여인의 둔부에 올려놓았다.

젊은 여인의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말초 신경을 자극했다.

오히려 도출이 흥분을 억제 하느라 몸을 조금 움직였지만 여인이 몸을 밀착했다.

도출의 턱 아래에서 올려 보는 여인의 눈길이 이글거렸다.

"첫사랑 이야기 듣고 싶어요."

도출은 첫사랑 이야기로 아픈 가슴에 상처가 재발할 것 같아 이야기를 망설였다.

"그런데 첫사랑 춘선씨 성은 뭐에요."

도출은 성을 말하기도 전에 웃음이 나와 입을 손으로 가렸다.

"춘희가 한 번 맞추어 봐."

"음- 오 춘선" 도출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면 이 춘선" 또 고개를 저었다.

"앙! 빨리 말해줘." 춘희도 어린 계집애처럼 응석을 부렸다.

"춘선씨 성이 경이야."

"엇! 경! 경이 뭐야." 도출은 웃기만 했다.

"경춘선" 그제야 춘희는 깔깔대고 웃었다.

도출은 나이를 잊고 젊은 날로 되돌아간 기분이다.

서울 춘천을 오가는 철도가 경춘선이라 설명했다.

여인에게 도출은 음흉한 눈을 깔고 말을 이었다.

"난 첫사랑 경춘선을 여러 번 올라탔지."

"그래 여행이 재미있었어요."

"그럼 신이 났었지."

"뭘 했는데 신이 났어요." 아직 여인은 눈치를 채지 못했다.

"풋보리 일렁이는 보리밭에 누워 별을 헤아리며 경춘선을 올라탔지."

그제야 알았는지 여인은 도출에게 기대며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오랜만에 여체에 얹어진 손의 감각이 흥분을 일으켜 야성으로 변했다.

아직은 만져지는 곳마다 탱탱하고 탄력 있는 몸으로 모든 것을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 있다. 취기는 이성을 잃을 정도로 거칠게 했다.

여인은 도출에게 애원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도출 오랜만에 안아보는 젊은 여인에게서 힘을 느꼈다.

하지만 부질없는 사랑으로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았다.

소주를 많이 마신 탓인지 화장실을 가야 했다.

화장실은 방문 밖으로 나가 집 모퉁이에 있었다.

밤하늘의 별들이 쏟아질듯이 반짝였다.

화장실을 갔다 와보니 바로 옆방에 침구를 깔아 놓았다.

그리고 대야에 따뜻한 물을 떠 놓고 도출에게 발을 씻으라며 양말을 벗겼다.

생각은 거절해야 하겠다고 하면서 몸은 여인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

여인은 도출의 발과 손을 부드러운 손으로 씻겼다.

여인도 부드러운 이브닝드레스로 갈아입고 도철에게 몸을 맡겼다.

경춘선을 타고 즐겼던 때를 생각하며 회포를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