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봉 김도성 2017. 1. 12. 21:23

 

 

 

 

  


    집으로


    무봉 김도성


    아내가 3년째 집 떠나 있다.

    어쩌다 주말에 병원을 나와

    외박 후 집을 나서는 아내는

    아이처럼 내게 짜증을 냈다


    해 질 녘 붉은 노을을 바라보면

    하늘의 새들도 집 찾아 날고

    높은 나뭇가지 까치집에 들며

    가족이 기다리는 집, 집으로


    시골 재래시장 모퉁이에 앉아

    언 손 비비며 비릿한 생선 팔고

    빈 광주리 머리에 피곤을 이고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간다


    장안문 인력시장에서 날품으로

    눈보라 치는 건축 공사장에서

    손발이 터지도록 철근을 깔고

    어두운 밤 속으로 집을 향한다


    집으로 가지 못하는 영어의 몸

    길을 잘못 들어 선 가출한 소녀

    풍랑과 싸우는 원양어선의 어부

    집이 그리워 밤이 깊어간다


    집에는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고

    두 다리 뻗고 평안한 잠을 자며

    날이 새면 그 가족부양을 위해

    다시 찾아 올 집을 또 나선다.


    2017.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