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지와 느티나무
얼어붙은 땅속 웅크린
꽃다지의 실뿌리,
잠자는 세계는
경계의 저 건너
하얀 겨울 넘어 노란 꿈
앙증맞은 몸에 별을 달고 있다.
겨자씨보다 더 작은
느티나무 씨의 세계는
백만 배의 몸통과 백만 배의 세월
꽃다지의 별의 세계
느티나무 잎 하나하나에 빛인 햇빛의 세계
산들바람에 나풀거린다.
이른 봄
꽃다지는 서둘러 씨앗을 퍼트린 후 사라진다
느티나무는 갈바람에
과년한 딸을 시집보내듯
씨앗을 실어 보낸다.
서로가 다른 세계,
잠자는 씨앗의 컴컴한 자궁 속,
삼세三世가
나의 어딘 가에도 숨겨져 있다.
詩/배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