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허수어미

무봉 김도성 2016. 12. 15. 21:24

                    

      

 

    허수어미


    무봉 김용복


    가을걷이 끝난 쓸쓸한 논배미에 서 있는

    허수어미가 외롭다


    머지않아 쥐불놀이 쏘시개로 화장되어

    흙으로 돌아갈 허수어미의 유골

    불볕 여름을 지나 비바람 맞으며

    밤과 낮 뜬 눈으로 논밭 곡식 지켜

    옷고름 날려 참새 쫒고

    치맛자락으로 메뚜기 쫓느라

    수수깡 뼛속이 녹아내려

    어깨 빠진 왼손은 늘어지고

    힘 빠진 목뼈 머리 숙여 땅을 본다


    기울어 삐딱거리는 엉거주춤한 모습


    이를 바라보는 맞은편 허수아비

    불쌍한 어미를 안아보니 속이 빈 강정이요

    업어보니 한 줌의 검부러기

    찬바람 불 때마다 콜록 이는 가슴에서

    부스러기 구름과 골짜기를 토해 낸다.



    -간병 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