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새롭게 빚을 수 있다면

무봉 김도성 2016. 11. 28. 05:45


가시면류관 파워포인트 배경그림





새롭게 빚을 수 있다면


                무봉 김용복


밀가루에 물을 붓고

적당한 끈기가 있도록

버무릴 때에 떠오르는

나의 간절한 소망


내가 어린 시절

대청마루에서 널 판지에

밀가루와 물을 부으며 반죽하시던 어머니

둥글게 각진 무릎에 힘을 주면

꺾인 무릎의 멍 자국이 그려진다


달콤한 팥 앙꼬가 든 부푼 찐빵

푸른 애호박채가 바지락 국물에 어우러진

칼국수를 국자로 떠 올려 푸시던

어머니는 마술사

그 신비로운 손


이른 봄에 피는 고사리 순처럼

오그라든 아내의 손

3년의 사계 속에도 피지 못하는 손

밀가루 반죽으로

새롭게 빚을 수 있다면

두 무릎 꿇고 사죄하는 사람처럼

빚겠습니다


비, 바람 불던 날

꺾여 부러진 나뭇가지처럼

매달린 팔과

아무것도 없는데 꼭 쥐고

펴지 않는 주먹 손

새롭게 빚을 수 있다면

무거운 바위를 등짐으로 지고

죄인의 길을 걷겠습니다


    2016. 11. 28.

 

 


     

      



    김인수 시인의 댓글입니다.

     

    김인수 15:45 new
    선생님 연세에서 더욱 진한 색감으로 다가오는 어머니의 젊은 모습
    새록새록 가슴에 여울지겠습니다.
    어머니는 무엇을 해주어도 맛있었고
    아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아들 좋아하는 것 만들어다 머리맡에 두고
    어루만저 주시던 그 어머니가 사무칩니다

    저는 아직 고령의 어머니가 살아 계십니다
    지난해 아버지는 100세로 돌아 가셨고요
    제가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만 나이든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신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어쩌면 고난 같기도 한데
    아버지께서 훌쩍 가시니 지금도 애절합니다 아버지께 전화가 달수 있다면 한통화만 했으면
    원이 없겠습니다
    그 가슴을 달래려면 어머니께 잘해야겠다고
    신경쓰곤합니다만 어찌 어머니가
     
     
    김인수 15:49 new
    자식 생각한 그 마음 끝으머리라도
    닿겠습니까

    어머니는 지금도
    자식 사랑에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

    목욕을 시켜 드리고
    손을 씻겨 드려도
    늘 고맙네 하시던 어머니

    그 목소리라도
    들을수 있다는 것이 감사입니다.

    저녁으로
    다리 아파하면 밤이 늦도록 다리를
    주물러 드려도
    어머니가 못난 아들에게 했던
    그날들을 생각하면
    눈물만 납니다

    아버지는 일생 돈을 벌지 못해
    어머니가 행상으로
    여섯 목구멍을 땜질하고 살았지요

    고랑에서 붕어를 잡다
    다리를 다처
    한달을 십릿길 학교 등하교를
    업고 다니셨던 어머니

    늦게 하교할 즘이면
    늦은 밤 멀리 마중 나오시던
    어머니

    햇살 좋은날
    아침 학교 왔는데
    갑자기 비가내려

    십릿길
     
     
    김인수 15:53 new
    비를 맞으며
    집에 가는 길
    흠뻑 비를 맞고 평소에 피해 다니던
    물웅덩이는

    게엄군처럼 다 밟아 보았던
    후련한 그날

    책보따리는 속옷 안에다 넣고
    지에 오는길
    뼛속까지 젖을 것 같은 비를

    흠뻑 맞고 집에 오면
    어머니는 행상을 나가셨고
    다라이에

    조구새끼 몇마리 남겨 오셔서
    저녁에 조기 구이를
    해주시던 따스했던 어머니

    빗물에 젖은 책이며
    옷이며
    신발이며

    부엌에서 밤새 말라 주시던 어머니
    잊을수가 없습니다

    선생님 문장을 읽다
    어머니 생각이 나서
    가슴이 뭉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