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생활의 글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던가

무봉 김도성 2016. 10. 28. 06:20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던가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던가

껴입을수록 추워지는 것은

시간과 세월뿐이다.


돌의 냉혹, 바람의 칼날,

그것이 삶의 내용이거니

생의 질량 속에 발을 담그면

몸 전체가 잠기는 이 숨 막힘

설탕 한 숟갈의 회유에도 글썽이는 날은

이미 내가 잔혹 앞에 무릎 꿇은 날이다.


슬픔이 언제 신음 소릴 낸 적 있었던가

고통이 언제 뼈를 드러낸 적 있었던가

목조계단처럼 쿵쿵거리는,

이미 내 친구가 된 고통들

그러나 결코 위기가

우리를 패망시키지는 못한다.


내려칠수록 날카로워지는

대장간의 쇠처럼 매질은 따가울수록

생을 단련시키는 채찍이 된다.

이것은 결코 수식이 아니니

고통이 끼니라고 말하는 나를 욕하지 말라


누군들 근심의 힘으로 밥 먹고

수심의 디딤돌을 딛고 생을 건너간다.

아무도 보료 위에 누워 위기를 말하지 말라

위기의 삶만이 꽃피는 삶이므로...

이기철님의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