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협평교 낭송가회 문학기행
2016. 9. 6. 문협 평교 문학낭송가회 주관으로 문학기행을 다녀 왔다.
그리고 "시간, 그 어릿광대" 홍금자시인 출판기념회가 잔아박물관에서 성대하게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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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봉 김용복
어머니의 사랑
무봉 김용복
어머니가
아버지 속옷 빨래하던 날
아버지와 다툰 날의 빨래는
죽도록 마졌을 거야?
아버지가 오일장에 가던 날
어머니는 아버지의 선물이 궁금해
동백기름 머리에 바르고
가르마 타 곱게 빗었다.
하얀 광목 치마저고리
숯다리미로 다려 입고
사립문 밖에서
노을 진 언덕을 바라보던 어머니
길어진 목에
미루나무 그림자가 내려앉는다.
보글보글 끓이던 된장찌개
내리고 올리고
치마 끝에 바람이 일듯
사립문 들락거리던
어머니의 사랑
먹물처럼 어둠이 번지고
숯덩이처럼 까맣게 타는
어머니의 맘
아마도 어머니는
아버지를 사랑했나보다.
헛기침과 함께 쿵
아버지의
지게가 땅을 딛는다.
젖은 손 행주치마에 감추며
고개 숙여 아버지를
마중하던 어머니
말없이 저녁상 챙겨들고
안방에 들어간다.
얼마 있다가 밥상위에
동동구리모와 은비녀가
올려 나왔다.
저녁 바람에 보리밭이 출렁이고
미루나무 가지에서
부엉이가 울었다.
아버지 방의 등잔불이 꺼지고
이브자리 들썩이는 바람에
문풍지도 울었다.
얼마 후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물었다.
웠-디-어!
어머니는 한참 있다가.
언제 헌-겨!
노상서라 자랑하시던 우리 아버지는
며칠 전에 뽑아 놓은 무청처럼
오늘도 불발탄을 쏘았나 보다.
안마당 우물가에서
뒷물소리와 함께
어머니는 아버지의 속옷을
조물조물 빨았다.
다음날 아침 아버지 밥상에
굴비가 올라왔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사랑했나 보다.
2012. 4. 23.
*동동구리모 :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
더 큰 사랑
무봉 김용복
비록 보물창고 속처럼
어둡고 컴컴하지만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것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그림자 속 같은 사랑이 그리웠다
큰 나무 밑에
작은 나무의 그림자가 안기듯
나의 작은 사랑을 기꺼이 받아주는
넓은 가슴의 사랑이 그립다
배고파 칭얼거리는 아가를
품에 안아 도닥거려주는
아름다운 어머니 사랑이
아침 이슬처럼 그리울 때가 있다
그동안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포개려고 애를 쓴
무모한 억지 사랑이
어리석음을 이제 알 것 같다
사랑과 행복은 거기에
미움과 원망의 마음에서
자신을 놓아 주는 일
그것만이
자신에게 베푸는 더 큰 사랑
2016.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