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꽃피는 산골

무봉 김도성 2016. 8. 24. 14:53




    꽃피는 산골


                 무봉 김 용 복


무더위로 삶아진

소나무 그늘에 앉아 있을 때

구름 밑으로 따라 온 바람이

몇 가닥 남지 않은

미리 칼을 뒤적였다


오늘 생각지도 않은

전직 동료들을 만났는데

난 죄인처럼 낯을 들 수가

없어 한 분 한 분 손을 잡으며

벙어리처럼 더듬었다


왜일까 사는 게 다 그런 걸까

어찌 사는지 안부가 궁금했지만

내가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한 것이

죄인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나 보다


노년을 살고 있는 이제

새로운 인연은 원치 않으나

내 발 끝에 차인 돌에

생채기나 없었는지

조용히 용서를 빌고 싶다


또 한 조각의 바람이

네 생각이 옳다는 듯

솔방을 하나 툭

내 어깨 위에 놓는다.



   2016. 8. 24.

꽃피는 산골 식당에서

삼일상고 퇴임 동료들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