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봉 김도성 2016. 8. 7. 13:44


     

     

 


 

 


    때(時)


             무봉


그 때가 사춘기였나 보다

13세 소년 코밑에 솜털 뽀송하게

보기 민망했었지


산수문제 칠판에 적어 놓고

풀이순서를 기다리는 순간의

극도의 불안과 흥분

머릿속은 먹물처럼 깜깜했다


뒤통수에는 짝사랑 순이

얼굴이 매달리고

회초리로 선생님이

칠판을 두들길 때마다


흥분의 피가 작은 돌기로 모여

책상모서리에 비빌 때마다

머릿속과 달리

몸으로 느끼는 쾌감


산수 문제를 풀지 못해

종아리에 그려진 푸른 줄

함께 흐르던 정자

그때가 바로 성년으로

가는 길


내 스스로 제어 못하는

몸의 생리현상

그 때부터 나는 이성의

신비에 눈을 떴다.



2016. 8. 7.


(노트) 앞으로 수학선생은

안하겠다고 다짐했는데

평생을 수학을 가르치는

교직에 몸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