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당근 밭

무봉 김도성 2016. 7. 18. 12:16



    당근 밭


    무봉


    밤 11경 교대역에서 전철을 탔다

    마구간에 들어선 기분이다

    젊고 늙은 암수 말들이 당근을 먹고 있다


    눈을 둘 곳이 없고 귀를 열수가 없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엉킨 젊은 암수 말들

    60대 초등학교 동창들로 보이는

    늙은 암수 말들의 거친 대화


    “말숙아! 모텔에서 놀다 갈래”

    히히잉 말 울음소리처럼 들린다

    마치 *파발마들의 역참驛站 같다


    5일장 마구간 옆에서

    모두부 파는 과부가 말을 바라보며

    흥분하여 모두부를 짓이겼다는

    우스운 이야기가 생각났다


    눈을 아래로 깔고

    보지 않으려는 시늉만

    실눈으로 훔쳐보는 멍한 몸뚱이

    묵직한 회춘이 아래로 모인다.


    2016. 7. 18.




    * 파발마 (擺撥馬) : 조선 후기에, 공무로 급히 가는 사람이 타던 말

    역참(驛站) : 조선 시대, 관원이 공무로 다닐 때에 숙식을 제공하고

    빈객(賓客)을 접대하기 위하여 각 주(州)와 현(縣)에 둔 객사(客舍)

 

 

 

 

      당근 밭


                 무봉


밤 11경 교대역에서 전철을 탔다

마구간에 들어선 기분이다

젊고 늙은 암수 말들이 당근을 먹고 있다

눈을 둘 곳이 없고 귀를 열수가 없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엉킨 젊은 암수 말들

60대 초등학교 동창들로 보이는

늙은 암수 말들의 거친 대화


“마숙아! 모텔에서 놀다 갈래”

히히잉 말 울음소리처럼 들린다

마치 *파발마들의 역참驛站 같다


5일장 마구간 옆에서

모두부 파는 과부가 말을 바라보며

흥분하여 모두부를 짓이겼다는

우스운 이야기가 생각났다


눈을 아래로 깔고

보지 않으려는 시늉만

실눈으로 훔쳐보는 멍한 몸뚱이

묵직한 회춘이 아래로 모인다.


     2016. 7. 18.


* 파발마 (擺撥馬) : 조선 후기에, 공무로 급히 가는 사람이 타던 말

역참(驛站) : 조선 시대, 관원이 공무로 다닐 때에 숙식을 제공하고

빈객(賓客)을 접대하기 위하여 각 주(州)와 현(縣)에 둔 객사(客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