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봉 김도성 2016. 7. 17. 13:47

 

 

 



    옥수수


    무봉


    새벽 5시 30분

    수건 하나 여자 팬티 셔츠 챙겨

    빗길을 달려갔다.


    병실 문밖으로 반쯤 내민

    옥수수가 웃는다

    그는 내가 왜 왔는지 알고 있다

    둘만의 욕탕 샤워꼭지 아래에서

    벗기고 또 벗겼다


    어제 강원도 처남이 보내온

    옥수수 겉껍질과 속껍질을

    머리채를 잡고 알몸이

    나오도록 벗겼다


    수줍음 많던 새댁시절

    보이지 않으려 등 돌려 구부린 알몸

    이젠 아이가 되어 가는지

    볼품없이 드러낸다


    연신 고마워요

    감사해요

    쓸 수 있는 외손으로

    내 등을 도닥인다


    새 팬티 입히고

    헌 팬티 들고 집으로 왔다

    팬티는 세탁기 속으로

    어제 벗겨놓은

    옥수수 껍질은

    분리 수거봉투 속으로

    2016.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