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오늘의 좋은시
[스크랩] [박수현]마르코 폴로의 모자
무봉 김도성
2016. 7. 11.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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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의 모자
마르코 폴로의 하얀 모자가 54층 상공에 떠 있다
그의 모자에 담겨진 송이버섯 덮밥,
살짝 점도가 느껴지는 부드러운 맛이다
은색 숟가락 사이로 한 사내가 홀로 사막을 건너간다
고국으로 돌아가버린 수사들의 겉옷을 찢을 때 마다
프슈프슈* 고운 모래가 날린다
칸에게 바칠 성유를 감춘 그의 옷소매에서
붉은 해가 굴러 떨어진다
54층 유리창 마다 비단 잉어들이 첨벙!
좌르르 물을 찢고 붉은 비늘을 쏟는다
이글거리는 태양과 모래바람으로 버무려진 냄새를 걸치고
그 사내 몇 십 년 째 노을을 건너고 있다
갑자기 송이덮밥에서 훅 물비린내가 몰려온다
너무 오래 사막을 걸어 왔으므로
그의 무르팍에 떨어지는 땀방울조차 말라 단단해 보인다
금요일 이른 저녁이
바람을 몸 안으로 들이며 무겁게 걷는다
사내의 얼룩진 모자를 들여다보는데
하늘과 맞닿아 끝이 뭉개진 길들이
붉은 구름을 끌고
내게로 내게로 돌아오고 있다
*프슈프슈: 먼지처럼 가는 사막의 모래
詩/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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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늘의 좋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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