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오늘의 좋은시
[스크랩] [장유정]그늘이 말을 걸다
무봉 김도성
2016. 6. 27.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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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이 말을 걸다
아버지는 오랫동안 그늘을 접고 다녔다.
마을엔 솔씨가 날아들었고
푸른 깃털 같았다.
목질단면이 이 산 저 산을 옮겨 다녔다
바람은 한 나무에서 오래 흔들리지 않는다
아버지는 남녘에서 서쪽의 창을 다는 목수
첨아에 기대어 사는 것들,
계절 없이는 집을 짓지 못한다.
머지않아 완성될 중창불사,
기슭의 접착력으로 터를 다지고 높은 보에 휘는 방향으로 서까래를 맞춘다.
추운 바람으로 기와를 얹고
제비는 빨랫줄에 앉아
흔들릴 것 다 흔들린 다음에야 집으로 들어갔다.
아버지의 탁란은 늘 곯아 있었다.
그리고, 나무의 기둥이 침엽수에서 활엽수로 옮겨지는 때
연필 물고 높은 외줄 타듯
먹통에서 안목치수를 표시했다.
나무문을 지난다.
얇은 바람이 깔린 마루에 눕는다.
앞가슴에 꽃살문 새겨 넣듯
그 문 삐걱거리는 소리인 듯 붉은 깃털 떨어져 날아다닌다.
침엽의 그늘이 말을 건다.
詩/장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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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늘의 좋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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