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오늘의 좋은시
[스크랩] [이민하]세상의 모든 비밀
무봉 김도성
2016. 6. 15.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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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비밀
나는 옆집 아이의 태생의 비밀을 알고 있다
그 애 아빠의 정치적인 비밀을 알고 있다
왜 그들은 내게 입막음을 안 하나
하루아침에 미용실 여자가 미인이 된 까닭을,
편의점 남자가 시인이 된 까닭을, 그들이 손잡고 구청에 간 까닭을,
석 달 후 남자 혼자 구청에 간 까닭을 나는 알고 있는데
여자의 머리색이 남자의 정치색과 어울려
신발 속에 감춰진 짝짝이 양말처럼 아무도 모르게
호들갑을 피우는 오후
선박처럼 무거운 귀를 잠시 멈추고 잠이 오는 의자에 앉아
문맹인 나는 머리색을 바꾸고
색맹인 애인은 이별의 편지를 바꾸고
내 귀를 타고 밀입국한 사람들은
어떻게 빠져나온 것일까 반대편 귀를 향하여
얼굴을 뒤집고
지하철 남자의 의족이 지상의 물결 위로 떠오를 때
인어공주가 되는 이야기
아름다운 두 다리의 침묵에 대하여
진위 논란으로 시끄러운 세상에 대하여
칼의 입맞춤 대신 물거품이 되어 바다에 녹아버린
성전환자의 슬픈 동화 속에서
목소리를 가로챈 마녀의 기술처럼
목사의 안수기도에 섞이는 어떤 성분들
이를테면, 앞 못 보는 어둠의 눈을 번쩍 후려치는
어떤 선언들
늙은 소녀들은 아직 사랑이 넘치고
구걸하는 남자들은 눈물이 넘쳐서
기울지도 침몰하지도 않는
어떤 세계에서
흩어진 나의 비밀들은 어느 귀를 타고 흘러가는가
내가 같은 남자와 백 번째 헤어진 날에 대해
당신은 지금 내 비밀 하나를 보관 중이다
혀처럼 얇게 저며진 물결 하나가 귓속으로 들어
갔다
의도하지 않아도
언젠가 귀를 기울이는 쪽에서
당신도 모르게 식은땀이 흐를 것이다
詩/이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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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늘의 좋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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