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슬픔
슬픔을 만져 본 적 있니?
너도 네 손으로
직접 만져 봐 가슴 깊은 곳에서
네 뜨거운 슬픔을 꺼내
손으로 주물럭거려 봐
물렁물렁하니? 딱딱하니?
오래 묵지 않은 슬픔은
아직 불에 구운 돌멩이처럼
뜨겁지 뜨거우면서도
딱딱하지 십 년이 넘고
이십 년이 넘어야
겨우 물렁물렁해지지 하지만
오래 묵을 틈이 없지
물렁물렁해질 틈이 없어!
해마다 새로운 슬픔이
덧씌워지니까 슬픔은
본래 액체가 아니라
고체잖아 가슴 깊은 곳에서
자꾸만 버걱거리고 있는
네 독한 슬픔을 꺼내
너도 네 손으로 직접
만져 봐 주물럭거려 봐
어떠니? 딱딱하니? 견고하니?
보석처럼 반짝반짝하잖니?
이슬방울처럼 맑게 빛나잖아!
詩/이은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