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오늘의 좋은시
[스크랩] [김중일]당신의 벼락
무봉 김도성
2016. 4. 20. 06:07
 //
당신의 벼락
당신의 팔은 밤사이 당신에게 떨어진 벼락이에요
토요일이었던 어젯밤 당신은 그 팔로 벼락같이 날 끌어안았죠
멋대로 갈라진 벼락의 끝자락처럼 뜨거운 손가락으로
내 어깨를 붙잡고
내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고 허리를 휘감고
내 온몸에 온통 당신의 손자국을 냈죠
내 온몸을 떠돌던 당신의 손은 지금 내 손바닥 위에
내 손금 속에 갇혀 있어요
그때가 벌써 언젠지 몰라요
오늘은 까마득한 어제의 멀고 먼 미래예요
내 손안에는 지금까지
내가 잡았던 손들이 켜켜이 쌓여 있어요
내가 잡았던 잿빛 손이 내 맥막을 타고 쏘유즈(Soyuz) 같은
내 피톨의 항진 경로를 따라 온몸을 떠돌다가 밤이면
내 손등에 내려앉아 내 손을 꼭 잡아요
내가 주먹을 쥘 때마다 그 손은 내 손을 꼭 잡아요
내가 주먹을 꼭 쥘 때마다 그 손은 내 손을 더욱 꼭 잡아요
나는 낡은 장갑처럼 당신의 잿빛 손을 끼죠
나는 잿빛 손으로 빨간 꽃을 꺾고 파란 벌레를 때려잡고 다시
내 무릎 위로 떨어진 낙엽 같은 갈색 손을 잡아요
잠든 멧새를 잡듯 조심히 잡아요 갈색 손은 조롱 같은
내 몸 안을 헤집으며 날아다니다가 팔목 위에 앉아 나를 봐요
나는 이제 깨야 할 꿈 밖으로 새를 먼저 날려보내요
새는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멀리 날아가지 않아요
작게 소용돌이치며 그림자들 곁을 맴돌아요
오래전 잡았던 손이 여전히 내 손안에 있어요
오래전 놓았던 손이 내 손을 방한장갑처럼 끼고
아직도 추운 내 손안에 있어요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울리는 손뼉 소리
나는 당신의 손이 날아가지 않게 주먹을 꼭 쥐고
당신의 손은 내 손을 빌려 끼고
내가 막 사랑하기 시작한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요
당신의 손안에도 내 손이 가득하죠
내 손이 당신의 손을 찢긴 장갑처럼 끼고 있어요
나는 당신의 손을 모아 밤마다 기도할 거예요
시도 때도 없이 벼락처럼 기도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벼락 같은 당신의 그 팔과 그 손으로
당신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할지 나도 몰라요
詩/김중일
|
//
//
출처 : 오늘의 좋은시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