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오늘의 좋은시

[스크랩] [변희수]의자가 있는 골목

무봉 김도성 2016. 4. 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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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가 있는 골목 - 李箱에게 아오? 의자에게는 자세가 있소 자세가 있다는 건 기억해둘 만한 일이오 의자는 오늘도 무엇인가 줄기차게 기다리오 기다리면서도 기다리는 티를 내지 않소 오직 자세를 보여줄 뿐이오 어떤 기다림에도 무릎 꿇지 않소 의자는 책상처럼 편견이 없어서 참 좋소 의자와는 좀 통할 것 같소 기다리는 자세로 떠나보내는 자세로 대화는 자세만으로도 충분하오 의자 곁을 빙빙 돌기만 하는 사람과는 대화하기 힘드오 그런 사람들은 조금 불행하오 자세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는 사람들이오 의자는 필요한 것이오, 그런 질문들은 참 난해하오 의자를 옮겨 앉는다 해도 해결되진 않소 책상 위에는 여전히 기다리는 백지가 있소 기다리지 않는 질문들이 있소 다행히 의자에게는 의지가 있소 대화할 자세로 기다리고 있는 저 의자들은 참 의젓하오 의자는 이해할 줄 아오 한 줄씩 삐걱거리는 대화를 구겨진 백지를 기다리지 않는 기다림을 이해하오 이해하지 못할 의지들을 이해하오 의자는 의자지만 참 의지가 되오 의자는 그냥 의자가 아닌 듯싶소 의자는 그냥 기다릴 뿐이오 그것으로 족하다 하오 밤이오 의자에게 또 빚지고 있소 의자 깊숙이 엉덩이를 밀어 넣소 따뜻하게 남아 있는 의자의 체온 의자가 없는 풍경은 삭막하오 못 견딜 것 같소 의자는 기다리고 있소 아직도 기다리오 계속 기다리오 기다리기만 하오 여기 한 의자가 있소 의자에 앉아서 보이지 않는 골목을 보고 있소 두렵진 않소 詩/변희수

          http://cafe.daum.net/sogood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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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오늘의 좋은시
        글쓴이 : 이문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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