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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다
도둑맞은 집 같은 그런 봄이 왔다
내 숨구멍을 하나씩 하나씩 열고 있는 봄
꽃의 향기가 내 눈꺼풀을 올리고
빛에 쏘여 눈이 아리다
눈이 밝아졌다
젠장
봄
겨울이 찾아온 첫날밤, 첫사랑과 동침을 했다. 이상하다. 첫사랑은
어디로 가고 낯선 여자 하나가 내 품에 안겨 잠들어 있다. 이상하다.
꿈길로 되돌아가 본다.……잠 속의 나는 잠 밖의 첫사랑의 목을 조
르고 있다. 잠 밖의 첫사랑의 몸이 식어간다. 잠 밖의 첫사랑의 몸이
조각, 조각나고……잠 속의 나는 푸른 잎새를 갉아먹는 배짱이었다.
부른 배를 퉁퉁 퉁길 때마다제 살을 갉아먹는 노래가 솟아났고 솟아
오른 노래가 채 영글기도 전, 정말 도둑처럼 겨울이 찾아왔고 그 노래
마저 꽁꽁 얼어붙고 말았다. 잠 속의 나는 동물처럼 길길이 날뛰었고
잠 밖의 나는 식물처럼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 잠 속의 첫
사랑은 살아있는데…… 잠속의 나도 잠 밖의 나도 잠잠했다.
낯선 여자의 등짝이 오싹하다
어쨋든 봄이다
젠장
봄
무슨 봄이 이렇노?
지랄 꽃만 피었다
詩/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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