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작시 원고

베개의 장례식

무봉 김도성 2016. 3. 11. 15:31

 



 

    베개의 장례식

     

    무봉

     

    분리수거장 구석에

    노란 은행잎이 모이고

    반려 검은 고양이가

    상처투성이로 얼룩진

    베개를 지키고 있습니다.

     

    터진 옆구리로 쏟아져 나온

    사면체의 검은 입체

    메밀껍질은

    전설의 피라미드처럼

    침실 속 독거노인의 슬픈 비밀을

    폭로합니다.

     

    어제는 독거노인의 장례식 날

    가늘고 긴 골목 끝

    어둠의 독방에서

    동침했던 얼룩진 고독들을

    오늘은 그의 마지막까지

    지켜보았던 베개의 장례식

     

    바늘 끝으로 찔리는 통증들

    견디다 못해 끝내

    고독사로 세상을 떠나게 한

    우리의 버려진 무관심을

    베개가 심판으로 외친다.

    우린 유죄인가?

    무죄인가?

     

    2013.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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